별일은 없었다. 추운 날 큰 신발. 발가락에 힘을 좀 주고 걸은 것 뿐이다. 그 날 밤부터 발등에 미미한 통증 시작되었다. 외형에는 아무 이상없었다. 살살 걸을만 했다. 절뚝절뚝

살짝의 불편함을 가지고 나의 일상을 계속 이어갔다.아이패드 디벗 연수를 들으러 뚝섬역에 다녀왔다. 뒤뚱뒤뚱. 이 발로 힐을 신고 결혼식도 다녀왔다. 절뚝절뚝. 독산고 가서 연수 강의도 하고 왔다. 뒤뚱뒤뚱.EBS 회의를 일산으로 다녀오면서 많이도 걸었다. 절뚝절뚝

통증이 시작되고 20일 지나가는데 나아지지 않고 상태가 너무 오래 유지되어서 병원 방문을 결심했다. 강북힘찬병원으로 향했다. 뒤뚱뒤뚱.

진단 결과는 충격이었다. 의사선생님이 똑부러진 내 발등뼈 엑스레이 사진이 보여주셨다. '골절입니다' 부러졌어? 진짜? 나는 내 귀와 눈을 의심했다. 희안한 부위가 부러졌다. 제4중족골.

신기한 건 발가락 앞 뒤로 구부리기와 부채 모양으로 발가락 펴기가 다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의사 선생님이 골절 부위를 눌러도 아프지 않았고 걸을 때 그렇게 심하게 통증이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숨 쉬다 갈비뼈 부러졌다'는 쉰소리. 내가 그 꼴이 나다니. 신.기.하.다.

3월 2일 입원. 3일 수술이 급 결정되었다.

2022.3.2 개학날. 그러나 나는 병원으로 출근하였다. 수술 전 사전 검사. 몇 년 받을 방사선을 오늘 다 쪼인 듯하다.

2022.3.3 삼삼한 날. 내 인생 첫 입원. 첫 수술이다. 수술은 오전 11시에 시작되었다. 하반신 마취 주사를 척수에 맞았다. 생각보다 별 느낌 없었다. 자고 일어나니 발에 깁스가 되어있었다. 회복실에 있다가 병실로 복귀했을 때 1시다.

차차 마취가 풀린다.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닥 아프지 않았다. 괜찮네. 견딜만 했다. 살짝 아리다는 느낌 정도였다. 어머니 무통 김여사의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을 확인했다.

다음날 아침 10시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한 개도 아프지가 않았다.

그러나 통증보다 무서운 것은 불.편.함.

휠체어를 타야 했고, 수술한 발은 절대 땅에 닿아서는 안되었다. 화장실도 혼자 가지 못했다. 변기를 바라보며 어떻게 앉을 수 있을까를 한참 고민해야 했고, 수액줄을 대롱대롱달고 다녀야 했다.

한 쪽 발만 아파도 두 손을 못쓴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휠체어, 목발을 쓰는 순간. 두 손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단연 '바퀴'라고 자부한다. 휠체어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주치의 선생님이 내 골밀도 검사결과를 가지고 오셨다. 의사 선생님 : 잘 안드세요? 나 : 아니오~~ 잘 먹는데요~~ 의사선생님 : 뼈가 스폰지 같아요~ 나 : . . . ㅠㅠ

내 발등의 네 번째 중간뼈에는 지금 철심이 곱게 박혀있다. 정확히는 철심이 아니고 의료용 금속이다. 1년 후에 뺀다고 한다. 아~~~~ 이 수술을 한 번 더 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겨울방학 2월에 해야할 것 같다.

짧은 열흘 간의 첫 입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하는 길에 인터넷으로 깁스 방수 커버를 주문했다. 집에 가면 묶은 때를 바로 벗길 것이다.

뼈야~ 이쁘게 잘 붙어라. 내가 너를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소홀했던 비타민D와 칼슘 도 열심히 먹기로 했단다.

교직 인생 첫 병가였다. 내가 없어도 학교는 잘 굴러가는 것 같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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