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나의 첫 자취방

내가 자취를 처음으로 시작한 건 대학원에 진학하면서였다. 학부 때에는 기숙사에 살거나 통 학했고, 교환학생을 갔을 때는 기숙사, 홈스테이, 쉐어하우스 등의 주거 형태를 경험했다. 자취(自炊)의 사전적 의미는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생활한다는 뜻이지만, 흔히 자취생이라고 하면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집을 떠나 혼자 사는 경우를 떠올린다.

사실 '자취'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변을 둘러보면 자취하는 사람 중에 직접 해 먹기보다는 사 먹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나는 예외적인 경우에 속했지만, 점점 일반적인 경우로 변해갔다. 밥을 사 먹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밥을 직접 해 먹을 때에 나의 지도는 한정적이었다. 재료를 사러 가는 동네 마트와 산책을 위한 길만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데 밥을 사 먹기 시작하면서 그냥 지나쳤던 가게들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집 바로 앞에는 뭐가 없어도, 조금만 걸어가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자취를 시작할 때는 집 안을 가꾸는 일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집 안을 가꾸는 일에 익숙해지자, 주변을 탐색하는 일을 시작했다. 음식점을 알아가며 집 근처의 상세한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넣었고, 산책하러 다니면서는 지도로만 보던 지역의 경계를 몸으로 익혔다. 우리 집의 서쪽에는 엄청나게 가파른 경사가 있는데, 그 경사의 꼭대기에는 낙산공원이 있다. 낙산공원을 넘어가면 대학로였고, 낙산공원에서 산맥을 따라 내려가면 동대문구였다. 그렇게 내 머릿속의 지도를 넓혀 가면서 집 안뿐만 아니라 집 주변과 그 너머를 잘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지금의 자취방이 나의 보금자리가 된 기분을 느꼈다.

지금 내가 꿈꾸는 바는 자취'방'을 벗어나는 것이다. 주거 공간과 취사 공간이 분리되면 기름 냄새 폴폴 풍겨가며 삼겹살을 구워 먹고 싶다. 주방에서 기름 튀는 일 걱정하지 않고 프라이팬도 쓰고, 침구류에 냄새 밸 걱정 없이 오래 끓이는 음식도 해 먹고 싶다.

사실 자취생이라는 단어에는 '미혼'의 누군가가 '단칸방'에 혼자 살고 있다는 게 내포되어있다. '혼자 산다'라고 하면 주거지가 원룸으로 한정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주거 형태로 보나 사회적 지위로 보나 자취생은 거쳐 가는, 미완의 단계 같다. 이 미완의 단계를 벗어나서 '혼자 산다'고 할 수 있는 주거지를 마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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