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딴지 1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운전을 해본 적이 없었다.

서울에 살고 있으면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차가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다 보니 나의 활동 범위는 자연스럽게 좁아지게 되었고, 뚜벅이 여행을 하다 보니 더 많은 곳을 볼 기회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먼 거리에 있는 직장을 다닐 때는 아침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출근을 해야 하니 피로가 쌓이게 되고, 집에 와서 누워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드디어 운전 연습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렌트카를 빌려서 나의 첫 드라이브를 시작해 보았다. 처음에는 긴장이 되어 온몸에 힘이 들어갔지만, 하다 보니 음악을 따라 부를 수 있는 여유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이때가 가장 무서운 순간이라고 했는데, 그걸 망각한 나는 겁도 없이 한라산 근처로 드라이브를 갔고, 인생 처음으로 폭우 속에서 운전을 하게 되었다. 심지어 와이퍼를 작동하는 방법도 다 잊어버린 나는 핸들 옆 조작 장치를 이리저리 만져 보면서 제발 와이퍼가 켜지기만을 바랬고, 겨우겨우 와이퍼를 작동시킬 수 있었다. 이미 이때 나는 시속 20으로 달리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를 차에서 맞으면서 나는 이 차를 몰고 과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차를 버리고 내려 버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시속 30으로 기어가던 나는 작은 주차장을 만나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고, 차 속에서 용감하고 무모했던 나를 혼내며 울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곧 날이 개고 다시 운전을 시작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고, 그래도 안전하게 목표를 달성한 내가 뿌듯해졌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겁이 늘어나고 있는 나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실천을 해야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도 운전을 하는게 겁이 나지만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 수 없는 현실에서 나 스스로를 위한 도전을 끊임없이 해봐야 겠다고 느끼게 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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