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님: 특정 이슈에 대한 의견을 갖기 위해서는 적어도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것은 엘리트 중심사회가 아니라 점점 복잡해지고 전문화 되는 사회에서 중우정치로 빠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핵을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타인의 논문을 날조하거나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내세워서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이는 명백하게 반 지성주의에 입각한 파시즘일 뿐이지요.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전문가를 찾는 것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활동이지만 비전문가를 전문가로 탈바꿈시키고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이야기를 늘어 놓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 만으로도 '품위 없는 논쟁' 일듯 합니다.
태웅님: 관련 분야의 전문성은 당연히 존중되어야겠지요. 그걸 무시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탈핵 진영의 일부 인사가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게 바로 탈핵 논리의 잘못으로 연결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나 그렇듯, 좋은 사람도 있고, 보통 사람도 있고, 좋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일 테니까요. 전문가 사회도 마찬가지고요. 전문가 사회가 신뢰를 잃은 건 전문가들이 이상한 짓을 많이 한 탓이라 할 수도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4대강 사업!) 참고로 저는 궁극적 탈핵론자입니다.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4년 전 글을 붙입니다. 통계 자료 등 지금과 맞지 않은 내용이 꽤 있습니다만, 참고가 될까 해서요.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Board=n9998&id=835&time=20170719115901
ㅇㅇ님: 예전에도 한번 지적했던거 같은데, 남의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면 최소한의 공부를 하고 이야기 하는게 옳은거 아닌가요? 후쿠시마 사고 원인도 잘못되었고, 폐기물 처리에 대한 정보도 잘못 되었네요. 하나하나 짚어드리죠.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은 1차적으로는 쓰나미에 의한 침수이고 직접적인 원인은 동경전력의 무모하고 독선적인 행동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자체는 지진 직후 정지하였으나 쓰나미가 예상보다 높은 높이로 와서 외부 전력이 차단되고 보조 발전기가 침수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잠열을 제거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고, 그 상황에서 미군의 발전기 대여를 거절하여 수소폭발이 발생하여 외벽 손상이 왔고, 그 이후 간 나오토 총리가 해수를 부어서 원전을 식히라 하였으나 사기업인 동경전력은 사기업의 재산이니 정부 간섭을 듣지 않겠다 하여 현재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관리 주체의 비 전문성과 독선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발생 원인과도 일치합니다. 그런면에서 원전 사고가 마치 시스템의 오류인양 언급한거 자체가 최소한의 원전 사고에 대한 지식이 없음을 보여주는 글입니다.
마찬가지로 핵 폐기물 처리에 대한 것 역시 매우 지엽적인 부분만 알고 계시는데, 이는 크게 두가지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핵 폐기물 자체를 가속기를 이용하여서 분해되기 쉬운 핵종으로 빠르게 변환하여 반감기를 줄이고 보관하는 방법,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예 핵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핵 발전 방법입니다. 전자는 주로 가속기를 이용한 핵종 변환을 연구하고 있으며, 후자는 토륨원전에 대한 연구입니다. 이처럼 장기적으로 핵 폐기물에 대한 대응책을 연구하고 있음에도 연구에 난항을 겪는 특정 기술 한두개만을 언급하며 기술 낙관주의임을 주장하는데 토륨원전의 경우 많은 국가들이 실험로를 가동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있는 CANDU 형 발전기는 토륨도 원료로 사용 가능한 발전기입니다.
거기에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계속 원전 수요가 있는 이유는 바로 지구 온난화 때문이죠. 비슷한 산업 규모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독일과 프랑스를 비교하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http://data.worldbank.org/indicator/EN.ATM.CO2E.PC?locations=DE-FR 독일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세계 3위의 화석연료 소비국가임을 부정 할 수 없으며, 원전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떤 이산화탄소 억제 정책을 쓰더라도 그 만큼의 효과가 없다는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대체에너지 소비율 역시 원전 사용국가인 프랑스가 꾸준히 높다가 독일의 인위적인 정책으로 겨우 프랑스랑 비슷한 수준에 올라온 정도에 불과합니다. http://data.worldbank.org/indicator/EG.FEC.RNEW.ZS?locations=DE-FR 최근 한국 전역의 가뭄과 중부권의 폭우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고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의 확대 사용을 도모하지는 못할 망정 원전을 장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조차 없음을 보여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탈핵을 외치는 사람중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탈핵을 외치는 집단 자체가 과학과 공학적 연구 주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비 전문가인 제가 구글 기반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는 자료가 이정도이니 관련 분야 비전문가라서 다 알 수 없었다는 핑계는 미리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웅님: 잘 읽었습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공부도 하지 않고 쓴 글이라 하시니 부끄럽군요. 다만, 기술 시스템에서 인간을 분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아울러 탈원전을 하자고 했을 때 그 대상은 지금과 같은 방식의 핵발전이겠지요. 폐기물을 만들어 내지 않는 방식의 핵발전까지 반대할 논거는 아니라 여깁니다. 탈핵을 말하는 사람들이 모두 과학과 공학적 연구 주제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시니, 더 의견을 나누기가 쉽진 않아 보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