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회원님들께,
안녕하세요? 시간이 흘러 올해도 딱 한 달 남았군요. 새해 시작이 바로 얼마 전 같은데 말입니다. 한 해의 끝과 다음 해의 시작을 가르는 경계는 자연이 아닌 우리가 정한 것입니다. 그 경계를 기준으로 자연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매년 이맘때면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고는 합니다. 기쁜 일도 제법 있었지만 아쉬운 일도 많군요. 여러분은 어떤 일이 떠오르시나요?
지난달 대표의 편지 이후 우리사회에는 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한 여성 비혼 연예인이 정자를 기증 받아 아이를 출산한 일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혼 여성의 정자 기증 출산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우리사회가 전통적 가부장제 안에서의 출산만을 당연시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기도 했습니다.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출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혼 여성의 출산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주로 쓰이던 미혼(未婚)이 요즘은 그나마 비혼(非婚)으로 대체된 것을 보면서, 세상이 조금씩은 나아지는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 해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뀌어야 할 것이 여전히 많습니다. 우리 ESC가 “변화를 꿈꾸는”이유입니다.
KAIST 과기정책 대학원에서 마련하는 “학생인건비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 ESC도 함께 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알려드립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학원생 인건비를 연구비에서 독립시켜 정부에서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 좋겠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인건비를 매개로 한, 대학원생의 지도교수에 대한 경제적인 종속을 약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입으로만 일하는 듯해 죄송하지만, 이공계 대학원의 특성을 잘 담은 <ESC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마련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제안도 드립니다.
문화위와 청년위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는 <ESC-Live 시즌 4: 덕업일치>는 이제 12월 2일, 5회 배성현님의 강연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강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잘 편집해주시는, 불가능한 것 빼면 모두 잘 해내시는 다재다능 일당백 우리 사무국장 김신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시즌 4의 4회 김남희님의 강연 후, 민일님과 강범창님의 제안으로 더 넓은 틀 안에서 생명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ESC에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회원이 함께 할 수 있는 잔디의 회원게시판에 관심 부탁드립니다(https://esckorea.jandi.com/app/#!/room/19639492). 깜박하고 지난 편지 때 말씀 드리지 못한 것이 있군요. 2020년 노벨상 수상 업적에 대한 우리 ESC의 해당 분야 과학자의 소개글이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김항배님과 김홍표님이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http://esckorea.org/board/column/1973 ,http://esckorea.org/board/column/1966)
그럼, 새해 첫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020년 12월 1일
ESC 대표 김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