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께,

비가 갠 파란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는 정말 기적같이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은 무지개에서 몇 가지 색깔을 보시나요? 우리가 빨주노초파남보라고 얘기하는 무지개가 정말 딱 일곱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 속,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는 흑백의 폭력적인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것도, 그렇다고 딱 정해진 숫자의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죠. 세상의 빛은 연속스펙트럼이니까요.

ESC의 제 1호 크라우드펀딩으로 4년 전 시작한 <트렌스젠더 건강 연구>가 마무리되어 승섭님의 보고서가 ESC회원 모두에게 전해졌습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적인 과학연구가 어떻게 우리 사회 소수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지를 명확히 보여준 훌륭한 성과입니다. 우리 ESC가 가진 가치의 지향을 명확히 보여준 연구였어요. 시민과 과학기술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 우리 ESC의 자랑스러운 회원들의 시민을 위한 과학연구가 더 활발해 지기를 바랍니다.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군부의 폭압에 반대하는 ESC 성명이 4월 15일에 발표되었습니다. 우리 ESC는 회원 과반의 투표 참여와 투표자의 2/3의 찬성을 얻는 경우에만 단체의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회원 한분 한분의 의견이 충분히 모여야 우리 모두의 의견으로 발표할 수 있다는 ESC의 생각이 담긴 절차입니다. 많은 회원의 의견을 모으는 힘든 과정을 진행해준 사무국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투표 과정에서 여러 소중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미얀마 현지의 시민들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여의치 않아 아쉬워하는 회원도 많았죠. 현재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성명만으로 그치지 않고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도록 해요.

작년에 큰 관심을 모았던 ESC-Live를 이제 곧 네트워크 위원회가 이어갑니다. 큰 관심 부탁드립니다. 젠더다양성 위원회는 서울시 교육청에 “서울시 학생 인권조례 제정”을 환영하는 화환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다른 좋은 소식도 있었어요. 아빠의 성을 우선적으로 따르는 민법 조항이 개정되어 출생신고 때 부모가 합의해 자녀의 성씨를 정할 수 있도록 바뀔 예정이고, 또 자녀 출생을 혼인 중과 혼인 외로 구분하는 출생 신고의 항목도 없어진다고 합니다.

지난번 소식을 전한 “찰리의 반물질 공장 2009” 보드게임이 곧 출시된다는 기쁜 소식도 전합니다. 과학문화위원회가 오랜 공들인 멋진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제가 해봐서 아는데요, 정말 재밌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리고, 주변에도 널리 홍보해주세요. 우리 ESC의 가치가 잘 담긴 “올해의 과학뉴스 10”을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선정해 발표하는 일도 곧 시작하려해요. 회원 여러분들도 의미 있는 과학관련 소식을 들으시면 알려주세요.

6월 1일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2021년 5월 1일

ESC 대표 김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