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고등학생들이 질문했던 건데 마찬가지로 편하게 질문하십사 남겨둡니다.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아무거나 생각 나는 거 질문하셔도 됩니다. (1)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손톱 크기가 더 크거든요. 사람마다 손톱 크기가 다른 건 왜 그런 거예요? --> 사람 손톱 너비와 관련된 연구를 사람들이 해보질 않아서 잘 모른다는 게 답입니다. 그러나 손톱 너비나 키, 팔이나 다리 길이, 몸집 등은 부모자식 사이에서 굉장히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키는 부모 키의 중간값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사람 신체 일부의 크기는 대부분 키처럼 부모의 해당 신체 부분의 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적어도 동물에서는 그랬거든요. 지능 같은 것은 키나 이런 신체 구조보다는 상관관계가 훨씬 떨어지지만, 신체 구조는 대개 유사합니다. 물론 상처를 입거나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바뀔 가능성도 높지만요. 그러나 이 말이 유전자가 키를 결정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은 유전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데 키 차이는 매우 큽니다. 그래도 북한 안에서 부모랑 자식의 키는 상관관계가 높고, 남한 안에서도 그러하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2) 느티나무는 나무 끝이 축 처지잖아요. 나뭇가지가 꼿꼿한 나무랑은 뭐가 달라요? 꼿꼿하게 만드는 유전자를 느티나무에 넣으면 느티나무도 그렇게 될 수 있어요? --> 이것도 잘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연구가 안 됐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강도를 조절하는 유전자는 제 생각에는, 순전한 추정이긴 하지만, 한두 개가 아니고 여러 개나 몇 십 개일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참고로 모든 사람의 키가 170 cm가 아니라 150~190 cm 뭐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분포하는 데 기여하는 유전자는 지금 알려진 것만 수백 개도 넘으며, 각 유전자가 대충 0.1 cm 정도씩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유전자가 있냐 없냐로 강도가 정해진다기보다는, 각 유전자가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강도가 차이 난다, 라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키와 관련된 유전자만 해도, (거의) 모든 유전자를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습니다. 각 유전자마다 유형이 다르고, 그 유형에 따라 키가 조금씩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 뿐입니다. 예컨대 유전자 A가 있다고 하면, 그 유형이 1과 2 두 개로 나뉘고, 1을 지니면 0.05 cm 커질 가능성이 더 높고 2를 지니면 0.05 cm 작아질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식이죠. 아마 식물의 강도도 특정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단단해지고 못 갖고 있으면 말랑해지는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은 유전자가 강도에 조금씩 영향을 끼치고 각 유전자가 어떤 유형으로 조합되느냐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유전자를 넣는다기보다는 수많은 유전자를 바꿔야 강도가 달라질 것 같긴 한데, 이것도 아직 아무도 모르긴 하죠. 유전자 한두 개로 바뀌는 사례도 있을 수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