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 때 고등학생이었고, 집에 혼자였고, 튀김요리가 먹고 싶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아직 “에어프라이어”라는 물건이 대중화되지 않아서, 저는 냄비에 식용유를 부었습니다. 가스렌지에 불을 켰어요. 어떤 냄비를 썼냐고요? 하얗고 네모난, 손잡이가 담긴 도자기 냄비였어요.
충분히 기름이 예열될때까지 손을 씻어야겠다 싶어 화장실에 갔다가 부엌으로 돌아왔을 때, 냄비 아래에 주황색 불이, 냄비 위에도 주황색 불이 타오르고 있었어요.
일단 가스렌지를 끄고, 나는 행주를 적셨습니다. 젖은 행주를 펼쳐서 냄비 위로 덮으면 불이 꺼진다고 배웠거든요. 펼친 행주를 냄비 위로 던지자, 불은 냄비와 행주 속 공간에 갇혔어요. 그러나 속에는 여전히 그 주황불이 살아있었어요. 아 젖은 행주를 한 장 더 덮어볼까? 두 번째 행주를 적시는 동안 저는 보았습니다. 첫 번째 행주가 구멍이 나고 그 구멍이 커지면서 타들어가는 것을!
온도, 산소, 탈 물질...... 냄비 속 기름이 다 탈 때까지 불은 죽지 않을 것이다! 산소를 차단하려면 냄비뚜껑을 닫으면 되나? 앗 불이 두배로 커지는 것 같다! 소화기! 소화기가 어딨지?
지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소화기. 어딨는지 바로 생각나십니까? 저는 달렸습니다. 우리집 아파트 14층. 매일 아침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눈에 뭔가 빨갛고 반들반들 했던 게 보였던 것 같아서요. 저는 현관문 밖에 양말차림으로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두리번 두리번 했습니다! 반들반들한 소화기가 여엿한 모습으로 옆집 현관문 앞 공간에 서있었어요! 소화기를 들고 부엌으로 질주한 나는 어디선가 본 것처럼 부엌 바닥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았어요!
안전핀 뽑고, 호스를 겨누고, 손잡이를 꽉쥐어 발사! 나는 하얀 액체를 기대했습니다. 눈앞이 흐려지고 소화액이 나왔어요! 그리고 뿌릴수록 알았지요! 소화액은 분홍색이라는 것을! 목표물이었던 냄비는 소화액을 얻어맞고 침묵에 들어간 듯 하다가 여전히 불이 날름거렸습니다. 다시 발사!!
7차례의 살포 후, 저는 냄비에 다가가 연기나는 냄비 속 내용물을 찔러보았습니다. 냄비 속의 식용유는 타버린 행주조각과 소화분말이 섞여, 떡과 같은 상태였습니다. 큰 숟가락으로 퍼보았더니, 네모난 냄비 모양 그대로 철푸덕, 싱크대로 떨어졌습니다.
이것이 저의 첫 소화입니다. 아직, 두 번째를 경험하지는 못했습니다. 두 번째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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