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서 자유롭게 빙글빙글 유영하는 모습에 반했을 뿐, ‘스포츠‘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스포츠라니, 누군가와 경쟁하고, 승리가 목표인데다, 그로인해 순위가 매겨지고. 생각만해도 피곤하다. 스포츠인줄로만 알았다면 아직 시작도 안했을 ‘프리다이빙’ 이야기다.
요즘은 주말에 뭐하냐고 물으면 다이빙하러 간다고 이야기한다. 인사치레 질문에 사생활은 드러내지 않는게 원칙이건만, 눈을 반짝이며 다이빙의 세계를 풀어놓고 만다. 다행이 아직 낯선 분야라 질문들이 핑퐁치며 10분이상 그 자리의 화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소재다.
그런 자리에서 나의 경험에 빗대어 항상 강조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면, 프리다이빙은 스포츠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스포츠.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니던 수영장이 줄줄이 닫히고, 대중 목욕탕도 꺼려지는 상황에서 상쾌한 물의 질감을 느낄만한 곳은 긴 샤워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끔은 출장지에 묵었던 호텔 욕조가 대신하기도 했다.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서 프리다이빙 체험 수업에 달려간게 시작이었다. 수업은 수영장 가기 전에 호흡 방법만 1시간 가량 교육을 진행했다. 체험 수업이라는게 그다지 긴 시간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러니 전체에서 1시간이 가지는 비중은 ‘호흡’이 엄청엄청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그 날은 외부 호흡 수업과 실내수영장에서 호흡 테스트와 약간의 유영과 스태틱 1분 30초 기록으로 마무리 되었다.
스태틱(STA)은 단순하게 말하면 오래 숨참기이다. 그리고 한번의 숨으로 얼마나 깊은 수심에 들어가는냐를 측정하는 CWT 가 있다. 자격증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2분, 10-15m가 기초 라이센스 통과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러 종목이 있지만 이 두가지가 프리다이빙의 대표적인 경기종목이다.
인간의 몸은 깊은 바다에 적합하지 않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수압이 증가하면서 폐 속의 부피, 즉 공기가 점점 줄어드는데, 약 10미터마다 수압이 1기압씩 늘어나면, 폐 속 부피는 1/2씩 줄어들기 때문이다. 처음 바다에 들어간 날, 내 폐는 1/2로 줄어들지도 못했다. 10미터에 가보지도 못하고 코는 코대로 피를 흘려댔기 때문이다. 바다에 서식지가 있지 않은 인간이 바닷속을 즐기려고 폐를, 코를, 귀를 훈련 하다보니, 체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잡생각을 없애고 나한테 집중해야 기록이 올랐다.
바다속으로 있는 힘껏 숨을 참고 내려가면, 나를 둘러싼 세계가 그 어떤 노이즈캔슬링 헤드셋보다 고요했다. 나만의 수심을 찍고 상승해서 토해내는 숨결은 무엇보다 짜릿하다. 여러 다이버와 같은 바다에 있다 해도, 오롯이 나를 생각하고, 내 몸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해서 나의 기록을 세우는것,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스포츠의 세계에서 이제 나는 벗어날 수 없다. 이너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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