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부담 없이 질문하시라고, 예전에 제가 고등학생분들께 받았던 질문도 리스트를 뽑아봤습니다. 참고로 상상하시는 것 중에 현대 생물학으로 답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알려진 수준에서는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 드리겠습니다. 가볍게 질문 많이 하시길 바라는 마음에 남겨둡니다.
(1) 동물은 왜 엽록체가 없어요? 엽록체 넣으면 초록 인간 되는 거예요? --> 엽록체를 통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려면 엄청나게 넓은 면적이 필요합니다. 태양광 생각하면 편한데, 태양광 발전도 얇은 막으로 천장에나 달아둘 수 있지, 태양광 발전한다고 집안에 발전판을 둬봐야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엽록체도 빛이 뚫고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얇고 넓은 면적이 필요한데, 동물의 피부 정도 면적으로는 동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다른 생물이 만들어둔 걸 먹어치우고 이를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거죠. 엽록체가 있는 동물을 만들어내서 초록색 인간으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효율이 떨어져서 어차피 똑같이 밥 먹고 살아야 할 겁니다. 사람은 숨만 쉬고 생각만 해도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2) 침팬지나 고릴라도 정자 난자 있어요? 인간 정자나 난자랑 섞으면 새끼 태어나요? --> 동물은 정자 난자 다 지니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그래도 사람 난자나 정자를 침팬지나 고릴라 정자나 난자와 만나게 한들, 수정란은 만들어지지 않을 겁니다.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 침팬지나 보노보라고 하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멀거든요. 그게 안 되면 라이거는 뭐예요? --> 보통 생물학에서 "종"이라고 하면, 자손을 낳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데 가끔 둘 사이에서 잡종이 태어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 잡종이 대개는 자손을 낳지 못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라이거입니다. 둘 사이에서 자손이 생기긴 하지만 더 낳진 못하니 서로 다른 종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예외는 꽤 많습니다. 식물은 진짜 이상한 게 많아서 종 개념이 정말 다른데, 가장 유명한 게 우장춘이 밝힌 "우장춘 삼각형"입니다. 우장춘은 씨없는 수박을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굉장히 유명한 진화학자인데, 그는 두 식물 종이 섞여 새로운 종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흑겨자와 양배추가 합쳐져 에티오피아 겨자가 만들어졌고, 양배추와 배추가 만나 유채가 만들어졌으며, 배추는 다시 흑겨자와 합쳐져 갓을 만들어냈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새로 생겨난 종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식물이죠. 종 개념도 생각보다 빈틈이 있다보니, 연구하기 편하려고 도입한 개념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참고로 동물에서도 교잡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인류도 이미 다른 종과 교잡해서 태어난 잡종이거든요. 사람들의 유전체를 들여다보면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넘어온 부위가 있을 정도이고, 네안데르탈인과 초기 인류가 낳은 자손이 밝혀진 사례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종은 자손을 못 낳는다고 하지만, 때로는 가능한 것 같습니다. 아직 어떻게 그랬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지만요. 그래도 보노보나 침팬지는 너무 멀어서 자손을 못 낳을 것 같습니다.
(3)미모사 있잖아요. 미모사 처지는 거 왜 그런 거예요? 걔네도 신경이 있어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거예요? -->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신경은 아닙니다. 식물에서 신경과 비슷한 구조가 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나오지만, 동물에서 나타나는 신경과는 많이 달라서 신경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모사는 보관된 물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독특한 세포를 지니고 있는데, 건드리면 이 세포에서 물이 쭉 빠져 축 쳐지게 됩니다. 물이 다시 차오르면 팽팽해지면서 원래대로 꼿꼿하게 돌아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