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취업이 결정되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나도 책을 한 번에 여러 권 살 수 있겠구나’였다. 취업 전에는 책을 사러 서점에 가면 한참을 고르고 골라 한 권을 샀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거나 공돈이 생긴 날에는 큰맘 먹고 세 권까지 살 수도 있었다. 첫 직장은 평창동에 있었다. 목동에 살던 나는 출퇴근할 때 연대 앞이나 광화문에서 차를 갈아타곤 했다. 드디어 첫 월급날이 왔다. 직장 내 비치된 ATM에서 통장에 찍힌 금액을 확인한 후 돈을 찾았다. 당시 토요일은 반공일이어서 오전 근무만 하는데 첫 월급날이 마침 토요일이었다. 퇴근하고 평창동에서 광화문을 지나는 버스를 탔다. 세종문화회관 앞의 정거장에서 내려 건너편에 있는 교보문고로 갔다. 그때만 해도 교보문고는 ‘광화문’에만 있었다. 출근하기 전부터 한 달 가까이 사고 싶은 책을 고르고 골랐다. 월급날이 오기 며칠 전에서야 가까스로 살 책 몇 권을 정했다. 나머지는 서점에서 천천히 둘러본 후 관심이 가는 책을 더 살 생각이었다. 교보문고의 서가와 평대를 돌아다니며 책 뒷면의 광고 글과 서문을 읽었다. 수없이 책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시간은 많았고 더 많은 책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우쭐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제 나는 매달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야. 언제든지 교보문고에 와서 사고 싶은 책을 몇 권이라도 다 살 수 있어!’ 이런 거만한 생각이 나를 더없이 행복하게 만들었다. 서점에 얼마나 있었을까? 나는 일곱 권의 책을 샀다. 가방에 세 권을 넣고 네 권은 가슴에 품고 돌아왔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가방도 손에 든 책도 너무 무거워 힘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싶은 책 여러 권을 사서 쌓아두고 읽을 생각을 하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나의 첫 취업은 책을 마음껏 살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나는 여전히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자주 간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가면 가끔 첫 ‘취업의 기쁨’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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