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은 태명이 강이었던 큰아들 준기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다. 지금은 남자 나이 40즈음에 결혼하는 게 흔한 일이 되었지만, 내가 결혼 했던 10년 전에는 내 나이로 결혼하기가 사실 쉽지 않았다. 다행히 서른아홉살에 사랑하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였다. 막연히 결혼하면 나의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아들과 딸 각각 1명씩 자녀를 낳아 단란한 가정을 꿈꾸고 있었던 터라, 신혼을 즐길 여유도 없이 2세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였으나, 원래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잘 이루어 지지 않는다고 할까? 기다리던 아내의 임신 소식은 한동안 전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 소식을 기다리던 때에 갑자기 장인 어른께서 댁으로 호출하셨다. "결혼한지도 꽤 되었는데? 왜 아이 소식이 없나?" 어른들은 당연히 아이 소식을 기대하고 계신다고 생각했지만, 평소 말이 없다가 갑자기 말씀하시니 아내는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장인 어른께서도 난처해 하시고, 장모님은 장인어른 구박하시고, 저는 또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나니 집안 분위기가 침울해지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른들이 첫 번째 손주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라고 아내에게 위로의 말을 건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있고 나서, 이주일 쯔음 지나고 나서, 아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장인어른은 또다시 한번 장모님께 혼나셨으니 그래도 허허 하고 웃으시면 좋아하시는 장인어른을 보니, 이런 게 효도 인가보다 하고 느끼게 되었다.

아내가 출산예상일에 병원에 입원을 하고, 출산을 기다리던 중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분만실에 들어가 직접 새로 태어난 나의 핏줄 강이의 탯줄을 직접 자르고 나니 그냥 얼떨떨하기만 하고 아빠가 되었다는 실감을 느끼지 못하였다. 얼마 지나 강이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었고, 강이를 앉아보니 아기는 내가 아닌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이다. 감격해서 그런지 이내 눈물이 쏟아졌다. 아내에게 고생했다고 손을 꼬옥 쥐어주고나서 잠시 밖으로 혼자 나와, 밤하늘을 쳐다보며 강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어야 겠구나 맘속에 새기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둘째 아들도 생겨, 이제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먹성이 좋은 큰아들 녀석을 보고 있자면 이제는 ‘돈 많이 벌고 건강해야겠구나’ 맘을 다짐하면서, 너무 초등학생에게 예의범절이나 바른 생활 하는 것을 아이에게 너무 강조하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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